기차티켓을 찾고 에딘버러 시내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Faisal과 Deepak을 만났다. 호스텔에 묵기 보다는 그냥 시내에서 시간 떼울거라고 했더니 오늘 밤 쇼가 있다며 Arthur's Seat 위치를 알려줬다.
무슨 쇼인지도 모른채 어쨋든 시간은 떼워야 하기에 Arthur's Seat을 그야 말로 5번은 물어 물어서 찾아갔다. 쇼는 30분 마다 있단다.. 여쨋든 난 가장 마지막 쇼로 부킹을 했다. 쇼 시작시간은 10시 45분.
이 쇼는 대략 이렇다. 쇼의 Performer들은 4000명의 Volunteer runer들. 이 러더들이 형형색색의 전구가 달린 옷을 입고 Arthur's Seat을 오르내리면서 불빛쇼를 한다. 관객들은 야광지팡이 (대략 10키로는 되는 것 같다)를 짚고 언덕(말이 언덕이지 거의 야산 수준이다)을 오르며 그 불빛쇼를 본다. 그날은 가장 칼바람이 부는 추운날. 깜깜한 밤을 야광지팡이만 의지한채 언덕을 오른다. 가끔 서서 불빛쇼 보고 또 언덕을 오른다.
아래가 Arthur's Seat 루트다.
처음에는 이 쇼를 알려준 Faisal을 원망했다. 칼바람을 뚫고 콧물을 흘리면서 오르는데 처음 대략 10분은 힘들기만 했다.
그런데 그 쇼를 보면서 또 Arthur's Seat을 오르면서 참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됐다. 이번 여행에 대한 생각.. 쇼에 대한 생각.. 결론은 대략 이렇다.
어느 누구도 혼자서 만들어 내는 혼자 누리는 결과와 기쁨들은 함께 할 때 보다는 못하다는 것. 물론 이번 여행에서 난 참 많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것은 나와 함께한 28명의 맴버들, 특히 나를 많이 배려해주고 도와준 Kejal, Viraj, Kanon, 그리고 Alice, Kim 덕분이었다.
앞으로의 2달간의 여행에서도 이들과 같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길 바라며 그 때는 좀 더 나은 모습으로 사람들을 대할 수 있길 기도해 본다.
러더들이 만들어 내는 불빛들..
아래와 같이 가까이 보면 러더들 저렇게 전구로 덮힌 옷을 입고 있다.
총 4000명의 러더들 (29명의 Run Leader 포함) 2011년 여름부터 고산지대에서 합숙훈련을 하고 또 개인적으로 트레이닝을 하며 이번 공연을 준비했다는..
에딘버러 야경.. 노키아 폰 카메라로 찍어서 역시 화질 꽝. (하필 이 때 카메라 배터리가 다 되서) 하지만 직접 본 시내 야경 역시 Light Show였다.
쇼가 끝난 시간은 대략 새벽1시. 돌아가는 사람들의 무리를 기대했건만 입구로 가는 길은 훵하다. 몇몇 사람들이 있었지만 주차장 쪽으로 간다. 다들 차를 타고 온 여기 주민들인 모양이다.
난 친절한 여자 스태프가 알려준 그나만 안전한 길을 찾아 High Street 쪽으로 갔다. 진짜 개미 한마리 없었다. 뛰다 걷다가 반복하다 막다른 골목 쪽에서 턴하는데 서너명의 좀 취한 듯한 애들 (10대인지 20대인지..)이 나를 발견하고 "니 하오"를 한다.
왜 영국에서 가끔 밤에 만나는 질 나쁜 애들은 하나같이 동양사람들을 보면 니하오를 하는지..
걔들을 피해 달려 나온다. 경비 아저씨가 알려준 길 쪽으로 뛴다. 역시 사람 하나 없었지만 이 길이 맞거니 믿으며 뛰고 또 뛰니 찻길이 나오고 드뎌 사람들이 보인다.
High Street 쪽으로 가니 역시 에딘버러가 큰도시긴 하나. 사람들(대부분이 여행자들)이 많다.
아까 본 24시간 맥도날드로 가니 2층은 문닫았고 1층 쪽 의자 몇개는 이미 다 점령된 상태..
나와서 또 그나마 번화한 High Street 쪽으로 같다. 새벽까지 하는 Bar을 찾아본다. 한바퀴 다 둘러보고 그나마 나은듯한 "Live Bar"라고 크게 써져 있는 바로 들어간다.
그냥 사람들 틈에 끼어 노래부르는 퍼포머를 구경하다가 슬그머니 빈자리에 앉았다. 너무 피곤하다. 여행 마치고 산타기 까지 했더니.. 꾸벅 꾸벅 졸았다. "누가 나한테 신경이나 쓰겠어" 편한 마음으로.. ㅋ
누군가 말을 건다. "You look so bored." 난 간단하게 한마디 "I'm just enjoying music" 또 존다.
그 때 젊은 남자애 하나가 내 앞에서 소리를 왁지르고 도망간다. 의도적으로 나를 깨운것이다.
부스스 일어나니 내 테이블에 아까 말건 그 남자와 다른 남자 한명이 있다.
그 말 건 남자는 그레이엄, 다른 친구는 앨런.
그레이엄은 은행에서 일하고 앨런은 Fringe 쇼의 무대연출을 한단다.
"사람들은 너를 알고 싶어해. 다음 번엔 꼭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도록 해. 약속이다" 그레이엄이 말했다.
내 기차시간까지 시간을 보내는 중이라고.. 난 4시에 여길 떠나면 된다고 말했다. 그 두 아저씨들이 나를 기차역까지, 아니 맥도날드 앞까지 바래다 줬다.
이 사람들.. 지금 생각해 보니 참 고맙고 좋은 사람들 같다.
맥도날드에서 커피와 감자튀김을 사먹고 5시48분 기차를 탔다. 이젠 돌아갈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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